[2025]연세대 이우영 교수,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관련 기사 기고
관리자 2025-10-24

[기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미국보다 한국이 더 위험하다

최근 중국이 일부 희토류 원소의 수출을 제한하자, 미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미 상무부는 “세계 공급망을 무기화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의회는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작 더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 모터, 풍력 발전기, 군수 장비 등에 필수적인 영구 자석(permanent magnet) 제조의 핵심 소재다. 특히 이번에 중국이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디스프로슘(Dy), 터븀(Tb) 같은 중희토류는 고성능 자석 합금에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 이 희토류 금속들의 약 8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제 후 자석 분말로 합금화하고 소결해 최종 자석을 만드는 공정 전반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실제 자석 수입의 약 90%가 중국산이다. 이 공급망이 막히면 단순한 원료 차질을 넘어 핵심 부품 생산과 산업 기기 조립 전체가 중단될 수 있다.

미국은 자국 내 폐광을 재가동하고, 동맹국들과 공급망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미 에너지 고등연구계획국(ARPA-E)을 중심으로 희토류 대체 자석 개발에 수천만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자금을 단기 투입하며 소재 자립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희토류 대체 자석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펀딩 프로그램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공공 연구·개발 예산은 분산돼 있고, 장기 기술 로드맵과 정책 연계도 미흡하다. 희토류를 여전히 ‘희귀 금속’ 정도로 인식하는 한 기술 자립은 요원하다. 지금 이 경쟁은 단순한 수입처 확보 싸움이 아니다. 광물 공급망을 둘러싼 세계는 이미 전략 자산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소재 하나가 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다.

이제라도 한국은 희토류 공급망 위기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정제 및 대체 소재 기술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호주·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자원 부국과의 공급 계약과 공동 투자 협력도 적극 추진해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폐배터리와 전자 기기 등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활용 기술 개발도 시급하다. 이를 산업화할 순환 경제 생태계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일정 수준의 희토류는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비축하고, 산업계와 연계한 공동 운영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활용, 정제, 자석 가공 등 전 주기 기술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금융·조세·인력 측면의 지원 체계도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관련 분야의 핵심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출연연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확대하고, 산학연 연계형 고급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중장기적 인재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 대체 자석 기술 개발과 상용화 전략 역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희토류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다. 국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산이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는 경쟁국의 손에 넘어간다. 늦기 전에 우리는 대응의 속도와 깊이를 바꾸어야 한다.

출처  조선일보 [기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미국보다 한국이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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